2017년 8월 9일 수요일

모든 게 다 잘 될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상식 대 비상식의 프레임에서 탄생한 정부다.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로 시작했고, 후보 시절 키워드도 '나라다운 나라'였다.
그리고 비상식을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청산하자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대통령의 권한을 민간인1인에게 위임한 박근혜씨의 행태는 좌우를 막론하고 모두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비상식적이었고, 박근혜씨를 지지하는 15-20% 국민과 정당을 '적폐'로 규정하는 데에 대부분의 국민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많은 토론으로 인해 정책 선거를 치룬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문재인 후보는 큰 키워드만 제시하고 나머지 디테일은 허허실실로 일관하는 전략을 펼쳤다. 어짜피  권력을 이양받을 준비가 된 정당은 민주당 밖에 없었다. 문재인은 적을 만들지 않으며 표를 잃지 않으려 했다. 증세를 말하지 않았고, THAAD에 '외교적 모호성'으로 일관했다.
안철수는 너무나 어리숙해보였고, 유승민은 학자 같았으며, 홍준표는 적폐를 끌어안으며 2위를 굳히는 전략으로 출마했다.


그리고 그가 허허실실하며 보여주지 않았던 카드들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정권이 말하는 '나라다운' 게 어떤 건지 3개월만에 폭풍같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당선 전부터 대책 없는 이상주의자라는 생각은 했지만, 당선 후에도 디테일한 대책 없이 정책 발표를 할 줄은 몰랐다. 동전의 양면 중에 한 면만 이야기 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 얘기 없는) 탈원전.
(증세 없는) 복지. 를 이야기하다가 결국 '명예과세'라는 해괴한 키워딩으로 증세를 공식화.
(고용환경과 근로의욕, 생산성을 이야기하지 않는) 최저임금 2020년 1만원.
(공급 대책 없는) 8.2 부동산 대책.
(수가에 대한 큰 고민 없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완전히 망쳐버린 THAAD 번복 및 외교정책.


( ) 친 부분은 시장경제의 상식이고, 문재인 정부가 말하지 않는 부분이다.
뒤에 부분은 말하기는 쉽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이고, 포퓰리즘이다. 선진국은 이렇다더라 하는 고민없는 방향 제시이다.

정확히는 5년 뒤로 미뤄놓았다.
5년간 전기료 인상 없다. 5년간 건강보험 인상률 3% 유지. 5년만 존재할 정부긴 하다.

하나 하나가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야 할 큰 담론들인데, 이 정부는 디테일도 없이 일단 던지고 본다. 일단 던지고 공론화 하자고 한다. 순서가 뒤바뀌었다.
전문가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나서 의사결정을 정부가 해야 올바른 순서다.
의사결정을 먼저 해놓은 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공론화라는 명목으로 정당화시키는 건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박근혜의 진정한 잘못은 문재인 정부에게 '기저 효과'를 제공한 데에 있어 보인다.
뭘 해도 박근혜보다 낫다고 해서, 모든 걸 잘하고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경제적, 외교적 상식 선에서 이해되지 않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정부는 '상식을 지켜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의해 탄생했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좌우의 프레임으로 옮겨가고 있다.

왼쪽의 말을 들어 정책을 짜고, 오른쪽을 적폐로 규정하고 징벌한다.
(탈원전과 최저임금, 부동산대책이 어디서 나왔지 올라가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 때처럼 기득권, 적폐의 범위가 좁지 않다는 것이다.
'친박' 적폐 세력은 상식선에서 볼 때 이상했다.
그러나 상식 vs 비상식에서는 상식의 편에 섰던 수많은 합리주의, 중도 세력이
지금은 기득권, 적폐의 범위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 징벌 당하고 있는 국민들은 과연 기득권이고 적폐인가?

(안철수가 '극중주의'라는 말도 안 되는 키워드를 꺼내든 것은, 자칭 중도, 합리주의자들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을 배척하는 정부의 스탠스를 읽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주변에서 점점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보인다.

8.2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부부합산 소득 7천만원 이상은 서민이 아니다.
집을 사려는 평범한 30대 부부는 질문을 던진다.
부동산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왜 그래야 하지? 내가 '사서' '사는 곳'이면 안 되는 건가? 왜 임대로 살아야 하는가. 나도 기득권이었나?
좋은 집에 살고 싶은데 내 욕망이 잘못 된건가?


내년이면 평범한 직장인들도 피부로 와닿을 것이다. 뭐가 이렇게 많이 빠져 나가지?
나는 최저임금보다 그렇게 많이 받는 것 같지도 않네.

여기서 건보료를 더 내라니? 나는 병원 한 번 가지 않는데.

면세 대상자가 임금 근로자의 48%에 달하는데, 왜 내는 사람만 더 내는가?

전기를 왜 열심히 아끼고 살아야하는가? 왜 싸게 쓸 수 있는 전기를 굳이 비싸게 써야하는가? 왜 전기로를 돌리면 안 되고, 왜 싼 전기료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가지면 안 되는가?


의사를 차라리 공무원으로 뽑던지, 이게 무슨 의료제도지?



이렇게 흘러가다보면 5년 뒤면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왜 이렇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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