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5일 목요일

재시작

연말연초 한달 간 퍼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관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애초에 게으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기적으로 이렇게 쉬고 다시 motivation을 찾는 작업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보단 좀더 놀았지만 이제 마음을 다잡고 재시작.

1) 데니스 홍
 최근에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의 강연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대가를 만난다는 설렘으로 참석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머리를 탁 때리는 듯한 충격을 줄 만큼 그는 대단한 강연자였다. (이미 TED에서도 두 차례 했었고, 찾아보니 컨퍼런스 강연이나 인터뷰 등은 꽤 많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그의 열정과 삶의 태도였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이 갖추고 있는 덕목이긴 하지만, 그는 훌륭한 강연자로서 자신의 열정과 긍정을 청중들에게 잘 전달해줬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가 만든 기술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즐거운 일이다. 인류에 대해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하다"고 말하는 그는 정말 행복해보였다. (실제로 TED에 나와있는 그의 Biography summary에는 he has pioneered several breakthroughs in robot design and engineering 라고 나와있다. Breakthrough는 언제나 중요하다)

직업을 가지면서 사회적 기여에 대해 이미 많이 고민했고 앞으로도 고민해야겠지만, 이미 소결론은 부정적인 쪽으로 나있다. 이에 대해 전혀 부끄럽거나 하지 않지만, 여전히 "인류에 대한 기여"를 논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동경할 수 밖에 없다. 이 와중에, 강연 후 나오는 길에 던진 증권사 직원의 한 마디가 잊혀지질 않는다. "참 좋은 강연인데..주식 종목 아이디어가 없어서 좀 그랬죠?" 한심하다. 저런 분을 모셔놓고 종목을 묻는 건 "오만"이라고 대꾸했다. (그는 "투자자"들을 위한 강연이라고 해서 특별히 구글이 현재 로봇회사들을 많이 M&A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감히 "인류"라는 단어를 논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그가 미국에 살기 때문이 아닐까. 나쁘게 보면 미국 영화들에 역력히 묻어나는 "인류를 구원할 영웅주의"겠지만, 미국이라는 인프라는 인류를 언급할 만큼 충분히 훌륭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참고로 그의 제자 한재권씨가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뛰어난 로봇연구소의 일원이었던 그지만, 우리나라에서 그의 이미지는 '예능에 출연한 GEEK' 정도가 아닐까.

그를 대중들에게 유명하게 만든 TED강연: Making a car for blind drivers


2) 로봇
데니스 홍의 강연 중,  RoboCup이라는 로봇 축구대회의 우승자가 일본의 독식 > 독일2회 -> 현재 미국 4연승 중이라고 한다. 아마 로봇산업의 헤게모니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미국의 강점은, 당장의 Output이 아니라 기반기술들을  착실히 다져나가다가 필요한 순간에 이를 폭발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완전히 동의한다.

반면 그는 국내 로봇 수준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한국 로봇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뛰어난 인재도 많고 정부 지원도 있는데, 그 방식이 한참 잘못 됐다는 것. 정부는 "몇 년 안에 어떤 걸 만들어오라" 라고 이야기하고, 그것이 달성되어야만 다음 지원금이 나간단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해보다 안 되면 미국,일본,유럽의 기술을 짜깁기 해 결과물'만' 내놓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이다. 여전히 Fast Follower 전략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기술은 생각보다 어렵고 삽질할 시간이 필요하다. 데니스홍 교수의 휴머노이드 로봇도 20미터를 전진하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에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나라에게는 진정 삽질할 여유가 없는 것일까. 언제쯤 여유가 생길까.


강연 호스트가 물었다. "로봇 산업에서 가장 난제를 겪고 있는, Breakthrough가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가?"
A. 음...로봇기술은 아닌데, 배터리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배터리가 아닌  전혀 새로운 Breakthrough가 필요하다
모든 IT와 첨단기술은 배터리로 귀결되는 모양이다.


3) 헬스밴드(Fitness Tracker)  vs 스마트워치
이번 CES의 화두는 Wearable과 IoT, IT for Auto 정도였다. TV부문은 New but Nothing attractive (QD와 OLED 경쟁)가 일반적인 평이다.

IT기기는 '쿨'한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뷰포인트를 준 사람이 건낸 아이디어. 사람들은 Wearable기기라는 게 티나면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몸에 차고 있던 것들의 Form Factor에서 벗어나지 않되, 기능이 WoW해야한다는 것.
그가 제시한 포인트는 시계와 글라스였다. 갤럭기 기어가 참패하고 애플워치가 성공이 예상되듯이, 스마트워치의 포지셔닝은 Little Smartphone이 아니라 Functional Watch여야한다. 글라스도 마찬가지로 구글글라스처럼 현재 안경과는 확연히 다른 폼팩터를 지닌 상태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뷰. 글라스는 아직 시장이 열리기엔 시기상조.

단기적으로 Wearable에서 고민해야할 포인트는 헬스밴드 vs 스마트워치로 보인다. Activity Checker 수준의 역할을 맞고 있는 헬스밴드냐, 다기능성의 스마트워치냐의 문젠데 역시 핵심은 배터리 이슈다. 소비자들이 웨어러블 기기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 무신경하게 언제든 찰 수 있는, 그러나 기능은 별로 없는 밴드인지, 이틀에 한 번 충전해야 하는 다기능성 시계인지 아직 고민해야할 부분으로 보인다.
 (Fitbit의 밴드. 쿨하다)
 
Fitbit 창업자 인터뷰 - 왜 스마트워치를 하지 않는가 -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James Park라는 이름이나, 생김새나 재미교포로 보인다)
 
 
스마트워치는 결국 - 기존 시계만큼 예뻐야 하고 - Health Band를 이겨낼 만큼 기능적이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라면, 나는 차라리 Health Band를 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유가 하락을 가장 명료하게 정리한 글.
“It’s a turning point in the way people perceive OPEC, that this so-called cartel is not really driving prices,” said Jeff Colgan, a professor at Brown University’s Wat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 who researches the geopolitics of energy. “The real story is going to be about the fracking industry. How much pain can North American producers t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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